나, 그리고 타인에게 우리는 어디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계절은 언제인지,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는지, 취미는 무엇이고, 꿈은 무엇인지...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대답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는 건 어떨까요?
어렸을 때 자주 가던 놀이터가 있나요?
편식 하는 음식이 있었나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했나요?
학창시절, 풋풋한 사랑의 기억이 있나요?
유년의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우리의 유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고, 혹은 훨씬 더 복잡한 과거의 경험 속으로 길을 잃기도 합니다.
유년탐사대는, 그 탐색의 과정을 몸의 감각으로, 그리고 여럿이 함께 해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입니다.
참여자는 4명의 인원으로 한 팀이 되어, 서로의 고향, 유년의 공간들을 탐사했습니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 집 주변에 내가 좋아했던 나무, 친구들과 놀았던 놀이터, 다녔던 초등학교, 사 먹었던 떡볶이와 불량식품, 무서운 할아버지가 사셨던 집, 선배에게 삥 뜯겼던 골목, 시험을 망치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녔던 골목길...
언어가 아니라 감각으로, 함께 기억을 더듬어갔습니다.
탐사 전, 각자 동네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리저리 지도를 그리며, 우리는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과거를 건져올려 어지러운 유년의 길잡이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탐사가 끝나면 그 지도를 없애버리고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지도의 효율적 기능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거리를 왜곡한, 오직 나만의 유년탐사지도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감각과 기억의 기호로 유년을 재구성한 그 지도는 한데 모여, '우리의 유년탐사지도'가 됩니다. 서로의 유년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옆으로 가 살짝 닿아보고, 요리조리 기웃거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년탐사대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의 과정에 몰입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어린 시절의 나와 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 시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건네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탐사에 참여합니다. 편지나 물건을 해당 장소에 직접 가져다 놓고, 그 의미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 앞으로의 탐사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탐사의 목적에 더 접근하여 자아의 여행을 이어가려 합니다.